조공・책봉 관계의 형성_수・당 제국과 한반도, 일본
수・당 제국과 한반도, 일본
6세기말 수가 분열된 남북조를 통일한 후 동아시아 외교 질서에는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초기에 수는 돌궐에 수세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이윽고 돌궐을 복속시켰다. 그리고 주변국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자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구축하려 하였다. 고구려가 이에 저항하자 수는 여러 차례 고구려를 침공하였지만 실패하고, 결국 멸망하였다.
당도 자국 중심의 조공·책봉 관계를 주변국에 요구하고, 주변국이 저항할 때에는 적극적으로 군사 활동을 전개하였다. 당이 돌궐을 대대적으로 공격하여 일시 복속시켰던 것이라든가, 고구려를 침공하였던 것 등이 그러한 사례이다.
한반도의 신라와 발해 등은 정권을 안정시키고 당의 선진 문물을 도입하기 위해 당 중심의 조공·책봉 관계를 받아들였다. 당의 지원을 통해 국내 통합을 유지하고, 대외적인 군사 위협에 대처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으며, 당의 제도와 문물을 배우기 위해서는 이 관계를 활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각국은 수·당의 침략이나 간섭에는 강력하게 대응하였다.
고구려의 영양왕은 수의 사신을 빈 객사에 앉혀 놓고 삼엄한 경계를 펴며 눈과 귀를 막아 영영 듣지도, 보지도 못하게 하였다. 무슨 음흉한 계획이 있기에 우리 수가 아는 것을 원치 않으며, 또 우리 수의 관료를 통제하며 그들이 살펴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인가?
- 『수서』 -
위 사료에서 보듯 이 시기의 조공·책봉 관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불안정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일본은 수가 건국된 직후 견수사를 파견하고, 당이 세워진 뒤에는 활발하게 견당사를 파견하였다. 신라와 발해에도 사신을 파견하였다. 신라는 통일 이후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고 사절을 주고받았다. 사절과 상인들은 규슈의 디자이후를 오가며 불교 사상 등을 비롯한 문물을 전해 주었다. 발해는 신라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여 여러 방면에서 활발히 교류하였다. 하지만 8세기말 헤이안 시대에 접어든 이후 점차 다른 나라와의 외교적 교류를 단절하였다.
당과 북방 민족
북방 민족은 당 중심의 외교 질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돌궐과 위구르, 토번(티베트) 등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의 책봉을 거부하였다. 돌궐은 6세기 중엽 국가를 건설한 이후 국력을 떨쳐 한때 당이 신하를 자처하였다. 이후 돌궐은 당에 멸망 하였으나, 7세기말 당의 간섭을 물리치고 국가를 부흥하였다.
위구르와 토번은 당에 복속되지 않은 채 경제 교류를 위한 조공 관계만을 원하였다. 이들은 당이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경제적 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는 당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8세기 이후 국력이 쇠퇴한 당은 이들의 군사적 공격을 막기 위해 화번 공주를 파견하였다.
자국 중심의 천하관 대두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국가는 주변과 교류하며 자국 중심의 질서를 적용하려 하였다. 고구려는 4세기 말 이후 천손 국가라 여기는 독자적인 천하관을 지니고 신라와 백제를 복속국처럼 여겼다. 신라는 형식상 당에 조공하면서도 당을 한반도 바깥으로 몰아냈다. 또한 발해에 대해서도 자국을 상위에 놓는 외교 질서를 주장하였다.
발해는 건국 초 당과 책봉 관계를 맺었지만, 한때 당을 공격하는 등 당 중심의 국제 질서에 편입되기를 거부하였다. 또 당과 신라를 견제하기 위해 돌궐과 연대하고 일본과 교류하였다. 이후 당과 친선 관계를 맺었으나,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는 등 주체적 태도를 견지하였다.
일본은 중원 왕조 중심의 조공 질서에 대단히 소극적이었다.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였고, 대국을 자처하며 신라와 발해보다 상대적 우위를 주장하여 갈등을 빚었다. 이러한 외교적 마찰로 8세기말 신라와 일본의 외교는 완전히 단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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