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문화의 성장
명・청 대 서민 문화
명·청 대 재력을 지닌 상공인층이 성장하면서 서민 문화가 발전하였다. 도시의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유흥과 오락이 활성화되고 도시는 문화 활동이 벌어지는 공간이 되었다. 특히 도시 인구의 증가는 다양한 문화의 소비층을 확대하였다.
서민층의 흥미를 자극한 통속 소설이 유행하여 명 대에는 『수호전』, 『삼국지연의』, 『서유기』, 『금병매』가 널리 읽혔다. 청 대에도 애정 소설이라 할 수 있는 『홍루몽』이나 관료 사회를 풍자한 『유림외사』 등의 소설이 출간되었다. 이러한 소설의 유행은 지식인이 민간 문학에 참여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서민의 문화적 욕구가 늘어난 것에 기인하지만, 당시 인쇄술과 출판업의 발달도 배경이 되었다. 도시에서는 상업적 출판사들이 값싸게 출판한 다양한 책이 유통되었다.
불교 사원이나 도교 사원 등 종교 시설에서 벌어지는 행사는 축제 등도 도시의 문화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다. 서민들은 곡예・잡기・마술을 공연하는 대규모 공연장에서 여가 활동을 즐겼다. 청 대에 베이징 일대에서는 경극이 유행하였다. 배우들은 자신의 조합을 만들고 여러 극장을 옮겨 다니며 공연을 하였다. 베이징에만 수십 개의 대중 극장이 있었고 정부와 상인들도 극단을 지원하였다. 황제와 관리들은 유명 배우를 초청하여 공연을 보았으며, 유력한 상인들은 개인 극단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지방에서는 토속적 음악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구성에 통속적인 가사와 대화로 이루어진 지방희가 서민 사이에서 유행하였다.
미술에서는 도시 생활이나 민간 풍속을 묘사한 그림, 정월에 집안에 붙여 두는 연화(年畵) 등이 인기를 얻었다.
조선 후기 서민 문화의 성장
조선 후기에는 서당 교육이 확대되고, 사회・경제적 변화와 신분 구조의 변동, 실학 등의 영향으로 서민 의식이 성장하는 가운데 한글 소설이 유행하였다. 소설의 지은이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소설은 적당한 몸짓과 표정을 섞어 가며 읽어 주는 낭독이나, 돈을 주고 소설책을 빌려 읽는 세책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유행하였다. 민간에서 나무판에 글씨를 새겨 인쇄한 방각본도 만들어졌는데, 이는 소설이 전국적으로 보급되는 데 이바지하였다. 『춘향전』, 『심청전』과 같은 소설이 방각본으로 많이 출판되었다. 소설과 함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서민의 감정이나 현실 비판적인 내용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한 사설시조도 등장하였다.
공연 예술인 판소리도 유행하였다. 판소리는 전용 극장이나 무대 장치 없이 소리꾼이 장터에서 사람들을 모아 놀이판을 벌이거나 부잣집으로 초청을 받아 공연 되었다. 「춘향가」, 「흥부가」, 「심청가」 등이 많이 불렸는데, 이는 낡은 전통적 규범에 대한 반발심을 지닌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 주었다.
판소리와 함께 지역마다 특징적인 탈춤도 유행하였다. 춤과 노래, 사설로 서민들의 애환과 감정을 잘 드러낸 탈춤은 양반층의 위선이나 사회의 문제점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 인기가 많았다. 특히 상인들은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탈춤 공연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그림에서도 새로운 경향이 나타났는데, 서민의 일상생활을 소탈하게 그리거나 양반이나 부녀자의 유흥 등을 있는 그대로 그린 풍속 화와 다양한 소재의 민화가 유행하였다. 풍속화가로는 서민들의 일상생활이나 생업의 장면을 묘사한 김홍도, 도시민과 부녀자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신윤복 등이 유명하였다.
조닌 문화의 유행
에도 시대에는 장기간에 걸쳐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가 성장 하면서 무사로부터 조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교육과 문화 활동이 활발해졌다. 초보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는 데라코야가 전국에서 문을 열었다. 특히 상공업의 발전으로 조닌의 영향력이 향상되고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자 이들이 누리는 조닌 문화가 발달하였다. 현실과 인간의 욕망을 인정하고 소비 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묘사한 소설이 유행하고, 인쇄술의 발달로 출판문화가 발전하였다.
공연 예술로는 전통적인 인형극인 분라쿠(닌교조루리)와 노래와 춤・재주를 결합한 대중 연극인 가부키가 유행하였다. 가부키는 시각적으 로 화려한 의상과 복잡한 무대 장치, 그리고 고도로 양식화된 배우의 연기, 노래, 춤을 통해 흥행하였다. 에도에는 막부의 허가를 받은 영업용 극장이 다수 있었다. 무사의 복수를 다룬 「주신구라」를 비롯해 통속적인 이야기와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내용 등이 가부키의 주요 소재가 되었다.
연극이 진행되어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속한 모습이 전개됨에 따라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노인이 …… 아무튼 전혀 거북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일이다.
- 19세기 일본을 방문한 영국인 러드폴트 올콕의 글 -
한편 회화에서는 인기 있는 게이샤나 배우, 선정적인 풍속, 경치 등을 그린 우키요에가 유행하였다. 꽃꽂이, 정원 장식, 다도 등 일본 고유의 예술도 발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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