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체제의 변화와 동아시아
냉전의 완화
1960년대 후반부터 냉전 체제는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당시 미국은 냉전 체제를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군비 확장과 대외 원조, 베트남 전쟁 비용 등으로 심각한 재정 부담과 반전 시위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던 1969년, 새로운 미국 대통령으로 닉슨이 취임하였다. 닉슨 대통령은 ‘아시아의 문제는 아시아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라는 새로운 대외 정책의 원칙을 밝혔다.
• 미국은 앞으로 베트남 전쟁과 같은 군사적 개입을 피한다.
• 강대국의 핵에 의한 위협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란이나 침략에 대하여 아시아 각국 이 스스로 협력하여 그에 대처하도록 한다.
- 닉슨 독트린 -
이후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군대를 단계적으로 철수하였다.
한편 미국은 소련과의 군비 경쟁을 중지하고 군비를 줄이는 등 긴장 완화를 위하여 노력하였다. 미국과 소련은 1969년에 핵 확산 방지 조약을 비준하였다. 1972년에는 전략 무기 제한 협정(SALT)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미국과 소련 간에 체결된 최초의 군비 제한 조약으로 데탕트(평화 공존)의 상징이 되었다.
중국과 미국의 국교 수립
중국은 스탈린이 죽은 뒤 자본주의 세계와 평화 공존 정책을 추진해 온 소련과 대립하였다. 1960년에 소련이 일방적으로 원조를 끊자, 중국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1969년에는 중·소 국경 지대에서 양국 군대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였다. 중국은 소련을 견제하는 한편, 경제 건설을 위하여 미국·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였다. 미국도 베트남 철군을 앞두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971년 국제 연합은 중화 인민 공화국을 안전 보장 이사회 상임 이사국으로 받아들였다. 동시에 타이완 정부는 중국의 합법적 정부 대표권을 상실하여 국제 연합을 탈퇴하였다. 1972년에는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미·중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때 미국은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타이완이 중국 일부임을 인정하였다. 1979년에 미국은 중국과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하고 타이완과 단교하였다.
중국과 일본의 국교 수립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을 계기로 일본도 중국과의 국교 정상화에 나섰다. 1972년에 양국 정부가 중·일 공동 성명에 조인함으로써 양국 간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졌다. 중·일 공동 성명에서 일본은 중·일 전쟁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한다.”라고 표명하였다. 중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국가 차원의 대일 배상 청구권을 포기하였다. 1978년 양국은 정식으로 중·일 평화 우호 조약을 체결하여 전쟁 상태의 종결을 선언하였다.
한편 1972년에 일본이 중화 인민 공화국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인정하자, 타이완 정부는 즉각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였다.
한국과 중국의 국교 수립
한국은 중국과 미국의 관계 개선, 중국의 유엔 가입이라는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1980년대 초 비공식적으로 공산권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1983년 ‘중국 민항기 사건’ 등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경제 무역 관계에 국한되었던 한·중 관계가 정치·외교 관계로 확장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1990년 노태우 정부가 북방 정책을 내세워 소련과 수교하자, 이에 자극받은 중국이 한국과 민간 무역 사무소를 서로 설치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1992년 두 나라는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하였다. 6·25 전쟁 이후 적대 관계에 있던 한국과 중국의 수교는 동아시아 국제 질서의 큰 변화를 의미하였다. 반면에 40여 년간 이어져 왔던 한국과 타이완의 국교는 단절되었다. 하지만 경제·통상 등 민간 차원의 교류는 곧 재개하였다.
'역사 > 동아시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아시아사] 한국의 경제 성장과 민주화 운동 (1) | 2024.06.21 |
---|---|
[동아시아사] 일본의 고도성장과 55년 체제 (1) | 2024.06.20 |
[동아시아사] 동아시아의 국교 회복 (0) | 2024.06.19 |
[동아시아사] 냉전과 동아시아의 전쟁 (0) | 2024.06.19 |
[동아시아사] 제2차 세계 대전의 종결과 전후 처리 (1) | 2024.06.17 |